너무 재밌어서 또 봤다.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범죄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범죄 스릴러 장르의 동력을 잃지 않는다. 게다가 꽤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많다. 두번 째 보는 거라 놀랄 만한 장면은 다 알고있었어서 첫번째 만큼의 감흥은 없었지만 여전히 재밌었고 흡입력 있었다.
진짜 보기 힘겹다. 단순 스릴러인줄 알고 봤는데 훨씬 기이하고 괴랄하고 흉측하다. 고어적인 장면이 꽤 있어서 보기 힘들었다. 징그럽고 거북하고 속이 안좋다. (그런 영화를 잘 보는 편인데도 이 영화는 좀 심각했다)
영화사적인 의미 그런거 모르겠고 미칠뻔했다. 영화 말미에 가서는 “비디오 드롬 뭐 어쩌라고!” 싶어졌다. 영화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별로였다고 평을 적으면 꼭 악플이 달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런 의미고 뭐고 일단 보는 내내 속이 거북했다. 영화가 무슨 성역도 아니고 좋다 싫다 단순 호불호도 못 적나싶다.
아무튼 <비디오 드롬>을 보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서 다음 번에는 가벼운 영화를 봐야겠다.
닦고 비우면서 인생도 정리한다. 그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인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공감됐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동창회의 허상을 여실히 느꼈다. 오랜만에 못 보고 살았던 친구들 얼굴도 보는 자리라는 장점도 있지만, 최대한 행복한 척 잘사는 척 하면서 내세우려 가는 모임이 다 무슨 소용이랴싶었다. 그래, 그래야지. 진짜 날 생각해주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그런데 영화가 지나치게 치유에 맞춰져있다. 그래서 짧은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해지는 시점이 있다.
2. 세상에, 프랜 드레셔가 출연했구나! 그는 이 영화 속에서는 특유의 목소리를 하지 않는다.
3.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익살스러운 장면이 가득하다. 계속 웃었다. 한물 간 밴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어낸 영화인데, 이 엉망진창인 밴드를 보면서 오히려 밴드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지구상 어딘가에 분명히 이런 밴드가 있을 것만 같다. 록 밴드에서 생길 법한 상황은 다 보여준다.
4. 잘 보고있다가 일본 공연이 나와서 그럼 그렇지 싶었다. 일본의 음악 산업의 규모와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서양인들이 일본에 갖고 있는 환상을 생각하면 일본 투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러한 장면들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 시절 일본이 '버블'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화려한 부를 누리고 확고한 아시아 부자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전쟁의 특수와 일제강점기의 착취 때문임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락 관련 영화에서 일본 투어 장면이 나오거나 일본에 가서 설레여하는 장면이 나오면 기분이 나쁘다.
5. 유머 취향만 맞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영화인가 살짝 어리둥절 했는데 적응이 되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게다가 명장면도 무수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