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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3.5점

자화상을 마주하다.

1. 재치있다 정말. 줄거리 읽을 때 부터 이럴줄 알았다.

시나리오 언제쓰냐는 질문에 "내일~"

노트북을 켠지 8시간만에 시나리오를 쓰려고하는 장면에서 한번 빵! 시나리오 제목의 글씨체를 정하는데 1시간 할애한다는 부분에서 완전히 빵빵 터졌다.

하루에 1시간 일하면서 어떻게 시나리오 2주만에 완성했냐는 물음에, 나 24시간 일하는데? 23시간 생각하고 1시간 글 작성한다는 부분 역시 웃기다!

실 없는 농담의 향연이다. 'PD로서의 김범수... 괜찮아요. 한국말도 할 줄알고 두 발로 설 수 있고...'

그런데 그 실 없는 농담들이 어찌나 웃기던지 계속 웃었다.

2. 영화과 동기 중에 영화하는 사람은 정작 별로 없다는 한줄의 대사도 심금을 울린다.

몇년 전 영화클래스에 참여하여 단편영화 제작을 할 때, 함께 만들던 친구들과 하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당시 팀원이 총 7명이었는데 여기서 딱 한명만 나중에 영화하고 있어도 대성공인거라고 우리끼리 대화하곤했다. 그만큼 살아남기가 어려운 업계다.

3. 나는 사실 이병헌 감독의 최대 흥행 상업 영화 <스물>과 <극한 직업>을 정말 재미없게 본 사람이다. 그런데 <힘내세요, 병헌씨>는 신인 감독 특유의 재치발랄함과 풋풋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인데다가 유머가 너무 잘 맞았다. 현실적인 토대에서 자조섞인 이야기가 너무나도 와닿았다. 게다가 재미있기 까지하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일주일만에 완성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이병헌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하려던 영화가 엎어지고 일주일만에 완성했다고하는데,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곳곳에서도 묻어난다. 결국 <힘내세요, 병헌씨>에서도 하려던 영화가 엎어지고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4. 이 영화의 극강의 단점이 존재했으니, 바로 음향이다. 대사 전달이 너무 안된다. 못 들은 대사가 너무 많다. 소리를 최대로 키워도 웅얼웅얼 대사가 다 씹힌다.

5. 이 작품 이후 이병헌 감독은 불과 2년여가 지나서 상업 영화 <스물>로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고, 또 다시 4년여가 흐른 후에는 <극한 직업>으로 천만영화 감독이 된다. 게다가 그 뿐인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 역시 성공했다.

자신의 상황과 자조적인 유머가 섞인 <힘내세요, 병헌씨>와 현재 그의 성공가로를 달리는 삶을 비교해보면 이 영화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듯하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조금만 더 힘내보라고 응원해주고싶어서 만든 듯한 이 영화. 아마도 꼭 '영화'라는 장르에 국한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갖고 있고 그 길을 향해 가고싶어하는 그 누구든 공감하며 볼만한 영화다.

덧으로,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주인공 병헌씨가 마냥 게으르고 나태한것 만은 아니다.

비록 2주만에 뚝딱 만들어냈지만 시나리오도 '완성'이라는 것을 했다. (무언가의 창작물을 누구나 시도는 해볼 수 있어도 '완성'하는 것은 정말 별개의 문제다. 정말 어렵다.) 매일 술을 먹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가고 시나리오도 고치려고 노력하고 또 하려던 일이 잘 안되니까 단편영화도 찍었다.

똥을 싸든 뭘하든 일단 계속 해보라고 응원해주는 것만 같다. 꿈보다 해몽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어쨌건 내가 영화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또 한명의 병헌씨로서 나도 정말 열심히해봐야지. 나도 꼭 사람 마음 적셔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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