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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1.5점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

나의 삶에 있어서 정말 큰 일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의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와 정말 거리가 먼 단어였다. 가족, 주변 지인 그 누구도 죽거나 아프지 않았고, 장례식장에 가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 슬픔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 장례식 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슬플까 상상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장례식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었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면 얼마나 그 슬픔의 정도가 클지... 그래서 상주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고, 얼마나 오열하고 있을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하고보니 아무도 울고 있지 않았으며, 차분하게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대단하다.. 슬픔을 저렇게 참을 수 있다니... 나는 아마 미친듯이 오열해서 제정신이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나에게는 아주 먼 미래 (- 한 10년에서 15년 쯤 뒤라고 나 혼자 막연하게 정해놓았던 -)라고 여겼던 가족의 죽음이 찾아왔다. 죽음이라는 것이 확실시 되는 그 순간, 그 때 처음으로 겪었던 것은 당연히 눈물이었고 큰 슬픔이었다. 그런데 과거의 내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과 달리 나는 계속 울고만 있지는 않았다.

요즘 시대에 '죽음'이라는 것은 온전히 슬퍼할 겨를이 없다. 각종 절차와 처리를 해야하고, 장례식장도 선정해야한다. 그리고 그 상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세부적으로 결정해야할 사항이 정말 넘치게 많았다. 죽음이라는 것도 결국은 돈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신경 써야했다. 슬픈 마음 잠시 접어두고 정신 없이 하루가 갔다. 조문객을 맞이할 때, 과거에 내가 보았던 것처럼 그렇게 덤덤하고 차분하게 맞이하게 되었다. 아, 이런거구나. 그 때 깨달았다. 울고 있지 않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때마다 겪어내는 감정의 처리가 다 다르다.

사랑했던 것도 같은데 그렇게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고... 슬프긴 했지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진 않는다. 장례식이 끝나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덤덤하게 내 삶을 살아갔다. 그 때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아내의 죽음을 겪었지만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라니.. 어쩌면 나와의 공감선이 많을 것이다. 봐야겠다.

영화를 보면서 대체적으로 공감도 되고 몰입이 되었던 부분은 죽음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막연하게 울고만 있지 않는 다는 것. 슬프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빈자리를 견뎌내는 방식은 누구나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꼈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고스란히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

그런데 주인공의 행동방식이 너무 극단적인 양태로 흘러서 몰입도 이해도 어려웠다. 난 장 마크 발레 감독 방식의 상처 치유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뭘 그렇게 다 때려부시는거야. 일단 그 비싼 집을 부신다는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고, 자판기 고객센터 상담원과 편지를 쓰고 대화를 이어가다가 친분을 쌓게 되는 과정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고객상담원의 아들과 총 쏘기 놀이를 하는 것은 더더욱 우리네 삶에 일어날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이야기가 흐르면서 더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다 때려 부수는 과정이 대리 만족이라도 되면 참 좋겠는데... 대리 만족도 되질 않았다. 보면서 '왜 저래?'라는 생각이 더 먼저 앞섰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 그리고 이 영화 <데몰리션> 역시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앞으로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는 보기 전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걸로...

덧으로, 역시 반쯤 정신 나간 연기에는 역시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다. 진짜 맛탱이 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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