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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프레드 울만

역자 황보석

열린책들

2017

소설

평 3점

소년 성장기 잔혹사.

가독성이 꽤 좋은 책이다. 낯선 독일의 지명이 잦게 나오는데도 술술 읽힌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풍부한 주변 설명 덕에 그 곳이 상상이 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미묘한 차이가 세심하게 잘 묘사되어있다. 그리고 그 우정을 그 시대의 비극과 잘 어우러져서 이야기를 빛냈다.

책을 읽기 전, 결말을 절대 미리 알고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 사전 정보를 알 수 없도록 노력했다. 특히 나같은 경우 강박증이 있어서 책 날개, 머릿말이나 서문 - 본문 - 평론 순으로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어떠한 정보도 알고싶지 않아서 처음으로 서문을 건너 뛰고 소설 부분부터 바로 읽었다. 그리고 그러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결말에 다다를 즈음에는 손으로 가려가며 읽었다. 그리가 마침내 최후의 마지막 한 문장을 읽었을 때 깜짝 놀라면서도 짧은 여운을 느꼈다.

뛰어나게 잘 만든 책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회자되고 여운을 주는 것은, 으레 늘 그렇듯 성장기 시절의 짧은 우정과 그 때의 찬란한 기억들이 우리의 삶에 작은 원천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우정을 나눈 누군가의 파괴적인 소식은 꽤 충격적으로 남는다.

두 소년이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의 비슷한 결로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학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시절 일본이 했던 추악한 면면이 세계인들에게 낱낱이 밝혀지기를.

 

 

120p

이제는 우리 둘 모두 꿈꾸기를 그만두고 성장하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아니니?

142p

변호사로서 나는 썩 나쁘지는 않게 업무를 수행했고 사람들은 내가 인생에서 성공했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곤 했다. 피상적으로는 그들이 옳다.

(중략)

하지만 나는 더 잘 알고있다. 내가 정말로 하고싶었던 일, 그러니가 훌륭한 책 한권과 한편의 좋은 시를 쓰는 일은 결코 하지 못했다는 것을. 처음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고 돈이 있는 지금은 자신감이 없기 대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는 나 자신을 실패자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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