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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3점

서사를 잘 쌓아올린 다큐멘터리.

1. 김정남 암살사건은 뉴스로 정말 많이 접했기 때문에 내용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신선할게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제작된 다큐라서 궁금했고, 포스터가 정말 강렬했기 때문에 그래도 보고싶었다.

2. 다큐멘터리는 편집의 예술이라고 부를 정도로 서사가 정말 중요하다. 이야기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영상을 엉망으로 찍었더라도 편집만으로도 만회할 수 있는 것이 다큐의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었다. 처음 오프닝에서 앞으로 이야기 전개를 어떻게 할것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살인자가 되어버린 두 여인. 훈련된 요원인가 아니면 정말 희생양일 뿐일까. 그리고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3. 특히 내가 궁금했던 부분들을 적재적소에 참 잘 설명했다. 왜 하필 말레이시아였는지, 권력에 관심 없다고 했던 김정남을 죽일 수 밖에 없던 북한의 입장, 왜 그 두 여인이 뽑혔는지, 두 여인은 왜 손을 하늘로 향하게 했는지. 혹시 그들이 VX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있던건 아닌지. 궁금했던 부분들을 속속들이 밝힌다.

4. 그 두 여자가 희생양이 된 것과는 별개로 참 간도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장난 영상을 찍기위해 베트남에서 말레이시아로 여러번 왔다갔다 했던 도안이 신기했다. 신원도 확실치 않은 남성의 말을 믿고 해외로 출국한다니.

5. 시티 아이샤 측의 이야기는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가 않았는데, 이번 영화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언론에 비춰지는 도안 티 흐엉의 모습은 마치 수 많은 기자와 현재 사건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웃으면서 기자와 이야기하거나 선글라스와 예쁜 옷을 입고 나타나는 모습 등. 그런데 그 이면에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6. 나라마다 권력의 차이로 사람의 인생이 갈리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똑같은 일을 저질렀지만, 국력이 좀 더 강하고 북한과 소원한 관계였던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는 먼저 풀려났다. 도안 티 흐엉이 심적으로 무너질만 하다. 태어난 국가, 그 나라의 국력, 외교관계. 그 많은 것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 정말 어마한 영향을 미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7. 이 영화가 그나마 볼만한 것은 한국 전문가로 인터뷰하는 외국인이 비교적 헛소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간 자칭 한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헛소리하는 것을 참 많이 보았다. 일례로 케이팝, 한국 드라마가 국가 주도 사업으로 성장했다는 일본인, 친일파들의 말만 믿고 정말 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을 많이 보았다. 진짜 헛소리지. 그래도 이 영화에서 등장한 전문가는 한국의 문화나 역사를 그나마 좀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볼만 했다.

8. 두 여자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비록 이전처럼 살 수는 없고 수 많은 수근거림과 주목도는 있겠지만 어쨌든 교수형은 면했다. 두 여자를 정치적 도구로 가지고 놀았던 북한의 요원들도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처벌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의는 실현되었는가? 도안의 변호사측 말처럼 정말 정의라는 것을 말할 수 없다. 나라도 그 분야에서 한 30년쯤 일하다보면 그런 말을 절로 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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