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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3.5점

내가 잊고 살던 나의 세계.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주제가 그렇게 확 와닿았던 적이 별로 없다. '다큐를 볼 시간에 극 영화를 보겠다!' 이런 생각도 좀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내언니전지현과 나>라는 영화를 알게되었다. 그 때는 제목만 알았다. 제목 특이하네. 어? 포스터는 생각보다 더 좋네? 내용은 망겜...? 이게 뭐지? 이런 생각만 가득했다. 왓챠피디아에서 이 영화를 찾아보니 의외로 평이 또 좋길래, 언제볼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볼 영화로 일단 적어두었다. 그러고 잊고 살았다.

그런데 그 후에 내가 영화 제작 수업을 듣고, 직접 단편 영화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과 팀원의 영향으로 다큐라는 장르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편집의 예술이라는 다큐. 요즘들어 나도 내 이야기를 다큐로 한번 만들어보고싶다는 생각도 강해졌었다.

<내언니전지현과 나> 감독의 인터뷰도 좀 읽고, 강의 소식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전에 먼저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 습관이, 꼭 보고싶어서 영화를 구매하면 그 순간부터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나 왓챠도 꼭 결제하고나면 계속 영화 보기를 미루게된다. 그래서 또 습관대로 계속 미뤘지만, 네이버 시리즈온의 대여기간이 몇일 남지 않았다. 그래서 봤다. 사실 시리즈온에서 구매하지 않고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스트리밍 구독 플랫폼으로 봤으면 계속 미뤘을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틀었다. 이게 무슨 내용일까. 그러다가 서서히 점점 빠져들었다. 일랜시아라는 게임은 한번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지만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 라이더>같은 게임을 하면서 자랐다. <바람의 나라>도 들어본 적 있었고. 그래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이지만, 대충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게임인지도 파악이 되었고 그때의 향수가 느껴졌다.

망겜을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의 모습을 통해서, 내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세계가 다시 떠올랐다. 나의 세계를 다시 만났다. 마음이 막 몽글몽글해지고, 괜스레 울컥하는 장면도 더러는 있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 이래서 다큐를 만드는구나. 극영화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또한 일명 새천년세대 (밀레니얼세대)로 대표되는 8090년생들이 즐겼던 게임에 대한 이야기다보니까, 우리 세대 이야기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성취와 성장이라는 것이 많이 결여된, 경쟁에만 내몰렸던 우리가 왜 게임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 게임에는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고, 마음을 나눌 커뮤니티라는 공간이 있다. 그 곳에서 친목도하고, 캐릭터에 나 자신을 투영하면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것 같다.

한편으로 남들이 보기에 그저 게임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이렇게 열심히 몰입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보였다. 나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성취를 만들어내고 지켜나간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싶다.

더불어, 감독의 전작 <퍼펙트 마라톤>도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다.

 

무언가를 오래토록 애정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영화!

온라인 이야기지만 현실과도 연관된다.

 

출처:

https://twitter.com/FRDvHGnRt9shP2b/status/1320591882376757248?s=20

 

일랜시아 내언니전지현 on Twitter

“<내언니전지현과 나>가 개봉합니다. 영화감독을 꿈꾼지 10년, 일랜시아를 한지 16년이 지났습니다. 일랜시아를 하면서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는데, 일랜시아로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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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트위터

무언가를 욕망하는게 쉽지 않은 현생이라는 말이 너무 와닿는다!

오늘 이 영화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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