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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3.5점

나같은 잉여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

겨울이란 계절은 참 나에게 맞지 않는 계절이다. 한없이 나를 움츠러 들게하고 마냥 따뜻한 곳에서 누워있고 싶어하게 한다. 1월은 참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한달이었다. 똑같은 일상들에 지쳤고, 많은 사건들은 더욱 힘들게 했다. 긴 연휴 끝에 다시 돌아온 일상은 나를 더욱 뒤흔들어 놓았다. 오늘이 바로 그 절정에 있던 날이었는데 그런 날 틀게 된 영화가 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만약 이들이 정말 제목처럼 히치하이킹만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는 다큐영화였다면 아마 나에게 어떠한 감흥도 없었겠지만, 그들은 여행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쌓았다. 한 없이 거절당하고 배고픔과 지침의 연속이었지만 시도들은 빛을 발했다. 창작이나 영화가 아니라 그들의 시도와 성공 그리고 좌절은 현실이다. 그래서 다큐의 매력을 느끼며 더욱 재미있게 봤다.

혹자는 무모하고 민폐라고할것이며, 혹자는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여행방식이 온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내게 꽤 크게 와닿았다. 처음에는 저렇게 고생해서 어떤 여행의 감흥과 재미를 느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영화의 중반부까지 가면서 그들의 경력과 경험을 결부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 미소를 지으며 보게 했다. 그들은 성공했다. 워킹홀리데이와 여행을 결합한 신선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경력도 쌓으면서 여행도 했다. 자신들의 여행기를 영상으로 기록했고, 다큐 영화로도 낼 수있었다. 무엇보다도 사소한 갈등과 위기 앞에서도 결국엔 서로를 위하며 웃을 수 있는 우정을 가진것도 꽤나 부러웠다.

어떠한 고난과 위기가 닥쳐도 마냥 까르르 웃는 그들의 모습 덕분에 괜시리 웃기지 않아도 나 역시 웃으면서 봤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마냥 꿈을 쫓는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장면도 있었다. 7명으로 시작했던 첫 팀에서 3명이 나가게 된 모습. 이유까지도 현실적었는데 그게 정말로 우리네 삶과 닮아있어서 여행을 포기하는 그 세명의 결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다. 맞아. 우리는 한없이 무모해지고싶지만 또 무모하기만 할수는 없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지.

첫 시작은 그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대로 잉여였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제 잉여가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험가들이다. 나같은 '진짜' 잉여들은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영상으로 나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저렇게 무모한 시도를 해보면서 청춘을 소비해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목표를 이룬 그들을 보면서 큰 자극도 되었다.

또한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책없이 해맑고, 마냥 낙천적일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오늘 이 영화 참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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